국내의 제조업체 A 사는 국내 K 사와 사이에, A 사가 알약 공급기 포장기 1대(이하 ‘본건 기계’)를 제작해 K 사의 공장에서 인도하기로 하는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리하여 A 사는 국내 운송회사 B 사에게, 본건 기계를 김포시에 있는 A 사의 공장에서부터 남양주시에 있는 K 사의 공장까지 운송해 줄 것을 의뢰했다.

이에 B 사는 H 사가 운영하는 화물정보망시스템을 이용해 운송비를 8만 원(운송료 7만 원 + 수수료 1만 원), 화물 정보를 ‘내일 10시 상차, 120 × 120 × 180, 900kg, 기계’로 표시해 운송 차량을 모집했고, J가 운송할 것을 수락했다. 그리해 B 사는 A 사에게 본건 기계 운송에 관해 배차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J의 차량번호, 휴대폰 전화번호 등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J가 본건 기계를 운송하던 중 굽은 도로에서 본건 기계가 차량에서 떨어져 파손되는 사고(이하 ‘본건 사고’)가 발생했고, 본건 기계는 수리가 불가능한 상태로 판명됐다.

이에 A 사는 B 사에게 본건 사고에 대해 운송인으로서 상법 제135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했다.

그러나 B 사는 본인은 운송인이 아니라 운송주선인에 불과하며, 운송인의 선택에 관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는 등 운송주선인으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했으므로, A 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대응했다.

이에 본건 기계의 운송에 관해 B 사가 상법상 운송인인지 운송주선인인지 여부, 본건 사고에 대한 B사의 책임 여부가 문제됐다.

운송인은 물건의 운송을 영업으로 하는 자이다(상법 제125조). 그리고 운송주선인은 자기의 명의로 물건 운송의 주선을 영업으로 하는 자로서, 자기의 명의로 운송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운송인에 대하여 직접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담한다(상법 제114조, 제123조, 제102조). 그리고 운송주선인이 운송주선계약에서 운임의 액을 정한 경우에는 운송인으로서의 지위도 취득할 수 있다(상법 제119조 제2항).

그런데 상법상 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은 그 업무의 성격과 책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구별이 매우 중요하고 실제 다툼이 많다. 운송인의 경우 자신의 행위뿐만 아니라 운송을 위해 사용한 이행 보조자의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반면(상법 제135조), 운송주선인의 경우 운송주선인이 선택한 운송인은 운송주선인의 이행 보조자가 아니므로 운송인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운송주선인은 책임이 없다.

상법상 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의 구별 기준에 관해 대법원은,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 관련 업무를 의뢰받은 경우 운송까지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받은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해 운송인의 지위도 함께 취득했는지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 체결 당시의 상황, 선하증권의 발행자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운송을 의뢰받은 회사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7다4943 판결 등).

그런데 위 사안과 유사한 사안에서 하급심 법원은 ① B 사는 운송주선업뿐 아니라 화물운송업 등을 영위하고 있고, 화물 차량 및 운전기사 등 인적·물적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운송인으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재산적 바탕을 가진 물류 회사인 점 ② A 사는 종전부터 고객으로부터 A 사가 제작 판매하는 기계의 공급을 요청받으면 B 사에게 운송을 의뢰하여 왔는데, B 사는 A 사의 공장으로 차량을 보내 화물을 운송하도록 했던 점 ③ A 사는 B 사에게 본건 기계를 운송하여 달라고 의뢰하면서 본건 기계의 규격, 무게, 종류, 상차지 및 하차지를 밝혔고, 이에 대해 B 사는 A 사에게 운임을 8만 원으로 정하고 차량을 배차하겠다고 밝혔다.

또 배차된 차량의 기사의 이름, 차량번호, 휴대폰 전화번호를 기재한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점 ④ 그러나 그 과정에서 B 사가 운송인을 주선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B 사는 A 사로부터 운송을 의뢰받아 인수한 운송인에 해당하고, 본건 기계를 실제 운송한 J는 B사의 이행보조자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리하여 B 사는 A 사에게 본건 사고에 대해 상법 제135조에 의해 운송인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관련 판결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21가단10249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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