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글로벌 경제 최대 리스크 “전쟁”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이 2024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관들은 전년대비 2% 이상 GDP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관들도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을 비롯한 8개 주요 투자은행들의 2024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은 1.9%를 기록했다. 2%대 성장을 예상한 국내 주요 경제 관련 기관들과 명확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이는 지난 8월 각 은행들이 발표한 성장전망치의 평균으로 연말 발표되는 전망에서 추가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 금융기관의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성장 전망을 살펴보면 골드만삭스가 2.6%로 가장 높은 성장을 전망했다. 이어 바클레이즈가 2.3%,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2.2% 등 3개 기관이 한국 경제가 2%대 성장 복귀를 점쳤다. 반면 씨티뱅크와 JP모건이 각각 1.8%, UBS 1.7%, HSBC 1.6%, 노무라 1.5% 등 5개 은행은 1%대 성장을 전망했다.

 

찔금 성장조차 저성장 따른 기저효과
전체적으로 내년 국내 경제는 전년대비 회복세가 관측된다. 하지만 이는 올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국내 수출 경기의 드라마틱한 회복은 없을 것이란 게 전반적인 예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제조업 수출에 있어 내년 제조업 수출의 긍정적 요인은 △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교역량 증대 △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완화 △ AI 등 IT 산업의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수출 회복이다. 반면 부정적 요인은 △ 대중국 수출 회복 지연 △ 글로벌 수요부진 지속 △ 중동지역 산유국들의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 △ 미・중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니어소싱 확대 등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제조업의 실질부가가치 성장률은 전년대비 2.2%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물동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시장을 견인했던 자동차 수출이 주요 수입국의 경기 침체로 위축돼 내년 제조업의 부가가치 성장은 지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4년 한국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상반기 성장률이 2.3%, 하반기가 2.1%로 소폭 차이가 있지만 이는 올해 상반기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반적인 경기 흐름은 상·하반기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수출입 경기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이 전년대비 8.9% 증가, 수입은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증가율 자체는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이 역시 올해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한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은 2024년 전세계 경제의 소폭 회복세를 기록하며 동시에 반도체 경기도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침체를 비롯해 미·중 갈등에 따른 반도체 경기 회복의 지연과 주요 수입국들의 긴축기조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수출 경기 약세 지속 가능성도 높은 편으로 평가됐다. 
수입은 2023년 대비 국내 투자심리 개선이 기대되면서 증가세 전환이 전망됐다. 하지만 ICT투자 침체와 건설수주 불황 심화 등 경기 여건상 수입 증가폭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침체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무역수지는 흑자 규모가 확대돼 내년 연간 42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상수지는 수출 반등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 폭 확대와 중국인 단체관광객 허용에 따른 여행수지 적자 폭 완화 등을 중심으로 전년대비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하나은행은 2024년 국내 경기에 대해 “수출과 설비투자 개선에 따른 완만한 회복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이 은행이 발표한 ‘2024년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반도체 수출 회복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전망되지만 건설투자 부진 속에 정부의 지원 축소로 성장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나은행의 2024년 전세계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11.8% 증가가 전망됐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출이 10.7%, 북미지역 수출이 17.7%로 각각 전망됐다. 하지만 이 또한 2023년 반도체 수출 급감의 기저효과다. 올해 북미지역 반도체 수출은 전년대비 9.1% 감소,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출은 15.1% 감소, 전세계 반도체 수출은 10.3% 감소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4년 중국경제는 우리나라의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중국의 중장기 경제 리스크에 따른 성장 둔화는 수출에 부정적 요인”이라며 “동시에 중국이 순조로운 구저개혁 하에 소비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 전환 및 산업 고도화 성공 시에도 기술 수준 및 수출 경쟁력 강화로 한·중간 경쟁이 심화될 수 있으며 주요 수출 품목들의 대중국 수출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3% 이하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2024년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전망된 가운데 전세계 GDP 성장률은 2%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이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경제 성장률은 3%, 2024년 성장률은 이보다 0.1% 낮은 2.9%로 전망했다. 또한 지난해와 같이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글로벌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낮지만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3% 이하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5번에 불과하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사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리먼(Lehman) 쇼크,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사태 등 전 세계적으로 굵직한 경제적 이슈가 발생했던 시기들과 맞물린다. 
IMF는 이번에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특별한 경제 쇼크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성장 기조를 유지갈 것이라는 복합적인 평가(Stable but Slow)를 했다. 

IMF는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를 지양하고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명확해질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통화정책과 발맞춰 지출감소, 세입 확충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구조개혁, 규제개선을 통해 경제전반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내년 전세계 경제의 향방은 중국과 미국에 달렸다는 사실에 대부분 기관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MF는 지난달 10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2024년 경제 성장률 전망을 7월 보고서의 전망치 대비 0.3% 하향 조정했다. 이러한 조정과 관련해 IMF는 중국 부동산 위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에도 중요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와 관련해 IMF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가격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경제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변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7월 전망에서 1.8%에 불과했다. 하지만 10월 전망에서 0.3% 상향 조정돼 2.1%의 비교적 높은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경제 성장을 지탱해 갈 것이라는게 IMF의 판단으로 보인다. 2024년 성장률 전망도 0.5% 상향 조정해 1.5%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IMF는 미국의 개인소비 확대와 이를 바탕으로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글로벌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전쟁이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서방국가들과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적 분단이 심화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 최근 네덜란드 정부 경제정책분석국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세계 무역량은 전년 동기대비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지난 1~8월 수입에서 차지하는 국가별 점유율이 15년 만에 중국에서 캐나다로 넘어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전세계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도 전세계 무역 전망에 대해 적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또한 최근 이슬람 무장세력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에 따른 확전 여부도 새로운 우려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장기전에 돌입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최근 하락세를 기록하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세계 경제는 격랑에 휘말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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